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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핀 인사이트/칼럼

[뉴스핀 칼럼] 반려견 사회, 인간 사회를 잠식하다

by 핀 에디터 2025. 11. 12.

글 | 들꽃 정지현

 

반려견이 가족이 된 시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7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으며, 그중 80% 이상이 개를 기른다. 한때 ‘애완동물’이라 불리던 존재는 이제 가족이자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 현상이 사회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한 젊은 세대는 반려견에게서 가족의 역할을 찾는다. 사람 대신 개를 택한 세대, 그 뒤에는 인구 절벽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있다. 출산율은 0.6명대로 추락했지만, 반려동물 등록 수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산업은 이미 ‘펫코노미’로 재편됐다. 사료·미용·호텔·장례·보험·IT기기까지, 반려견은 하나의 시장을 넘어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했다. 서울시의 반려동물 관련 예산은 2018년 56억 원에서 2024년 196억 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동시에 “인간 복지보다 반려동물 복지가 더 빨리 늘고 있다”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반려동물 출산·입양·장례를 제도화하고, 등록세나 주민세 부과 논의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람처럼 납세하고 권리를 보장받는 반려견 사회’—이제는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는 균형을 택한다. 영국은 반려동물 복지를 보장하되, 소유자 책임을 법으로 명확히 규정한다. 공공 예산보다는 관리·교육 시스템을 강화해 무책임한 양육을 차단한다. 일본 역시 ‘펫세’의 대부분을 유기 예방 교육에 사용한다. 반려동물의 권리보다 인간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우선하는 접근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닌 구조의 논리다. 반려견은 가족이지만, 사람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사람이 줄고 개가 늘어나는 사회—그 풍경 속에는 따뜻함보다 허전함이 더 짙게 깔린다. 총체적 인구정책과 반려동물 정책을 통합적으로 설계할 시점이다. 사랑이 아니라 책임으로, 위로가 아니라 균형으로 접근해야 한다.